1개월 전부터 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레이'라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사용 중입니다. 그간 모든 모델의 아이폰과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폰(갤럭시S 시리즈와 옵티머스 시리즈)을 사용하며 고성능에 커다란 스크린의 스마트폰을 사용해왔음에도 레이라는 작고 성능 떨어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을 안쓰기 위함입니다.



수년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에서도, 중요한 업무 관련 회의를 하는 회의실에서도, 간만에 휴가를 내어 심신을 위로하는 휴가지에서도, 곤히 잠에 빠져들어야 할 한 밤 중의 침대 위에서도 어김없이 내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있곤 합니다. 내 주위를 둘러 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그 작은 4인치의 화면에 집중한채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놓쳐가고 있었죠.


더욱 문제는 한참 업무에 집중하며 몰입해야 하는 시간에도 5분 이상 집중을 못하고 스마트폰 화면에 자꾸 눈길이 간다는 것이죠. 다행히 마음을 다져 잡고 10분 정도 집중하고 있을라치면 어김없이 스마트폰에서 울려다는 알림 메시지로 주의력이 깨뜨려집니다.


그러던 중 접하게 된 레이는 이러한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레이는 기존의 스마트폰과 달리 화면은 3.2인치에 불과하고, 1Ghz도 안되는 CPU가 장착되어 사용하기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여러 앱을 설치하면 메모리가 작고 성능이 떨어져 옴니아 폰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극복해가는(포기해가는) 나를 바라보며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면 느끼기 어려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화면이 작다보니 가독성이 떨어져 자꾸 화면을 안보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꼭 필요한 것만 보게 되죠. 그 얘기는 일부러 시간 때우려고 쓸데없는 허드렛일을 하는데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작은 화면을 볼 바엔 차라리 다른 일에 더 집중해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레이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는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못쓰는 것이 아니라 안쓰게 해주는 마음을 만들어줌으로써 꼭 필요할 때에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줍니다. (고도의 레이 까기?)


또한, 성능이 떨어지니 이것저것 많은 앱을 설치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주요 앱들만 설치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속도가 느리니 필요한 것 위주로만 사용하고 바로 그만두게 됩니다. 기존의 고성능 폰들은 잠깐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고자 들어갔다가 옆길로 새어 다른 짓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곤 했는데 레이는 스마트폰 사용의 주목적을 잊어버리지 않게 해줍니다.  


인간의 통제력, 자기관리 능력이 완벽하다면 그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마음가짐을 바로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다보니 이런 개그같은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습니다. 레이가 목표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작고 느린 스마트폰이 주는 색다른 유용함을 이야기하며... 결론적으로 "과유불급", "중용"의 중요성을 이야기해봅니다.


스마트폰은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소중한 것을 잃고 사는 수 많은 이 시대의 사람들을 위해... 잠시 스마트폰과 떨어지기를 조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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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16 11:18

    참 아이러니예요.
    일부러 고성능 기기를 피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
    스스로 조절하면서 살기 어려운 상황이니 그렇게라도 해야 될 테지요.
    기술의 발전이 과연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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