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일 내게 컴퓨터 주변기기 중 어떤 것을 가장 까다롭게 고르고 투자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전 파워서플라이, 키보드, 모니터, 마우스라고 말합니다.
15년 전부터 컴퓨터를 하며 항상 파워서플라이와 키보드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죠. 최근들어 이상하게 키보드에 FEEL이 꽂혔습니다.
타이핑 작업이 많다보니 키보드를 선택할 때에 예민할 수 밖에 없더군요. 작년까지만 해도 키감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을 중시했습니다. 단축키가 많이 제공되는 오피스 키보드를 선호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구요. 하지만, 리얼포스 101을 사용하면서 키감에 매료되어, 해피해킹 라이트를 질렀지만 아무래도 해피
해킹 프로페셔널이나 리얼포스와 비교가 안되더군요.
그러던 중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리얼포스86에 매료되어 우리 멤버들의 협의를 거쳐 리뷰 대상품으로 선정해(거의 반강제적 협박 ^^) 구입을 했습니다.
저는 리얼포스 101과 해피해킹 라이트, 해피해킹 프로페셔널 외에 아론 기계식 키보드와 IBM의 키보드, MS와 로지텍의 모든 종류의 키보드는 다 사용해봤습니다. 그런데, 리얼포스와 해피해킹 프로페셔녈을 사용해보니 손맛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리얼포스86은 기존 리얼포스 101처럼 정전용량무접점, 차등키압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최적의 키감을 위한 특수 설계 방식으로 오랜 시간 타이핑을 해도 키보드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리얼포스의 제원에 대한 내용은 워낙 다양한 글들이 있으니 제외하고, 리얼포스 101이 있음에도 똑같은 설계의 리얼포스 86을 구입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숫자키패드가 없어 크기가 작아 책상 위 공간 확보에 유용하다.
2. 무광택 먹색각인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
3. USB 인터페이스를 지원

리얼포스 86은 1.2Kg 정도로 상당한 무게감을 가지며, 바닥면에는 고무가 부착되어 책상 위에 안정감있게 고정됩니다. 특히 리얼포스 86에는 해피해킹 키보드처럼 DIP 스위치가 제공되어 CTRL, ALT, 윈도우 키 등을 원하는 환경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리눅스, 맥 등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경우에 유용하겠죠.

사실 리얼포스 101을 사용할 때에는 키감만 생각했을 뿐 디자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리얼포스 101은 가격 대비 디자인은 영 꽝이었거든요. 와이프는 리얼포스 101을 보더니 자기가 사용하는 1만원짜리 세진 키보드와 뭐가 다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더군요. 하지만, 리얼포스 86은 생김새에서 벌써 포스가 느껴집니다.

함께 제공된 키 리무버를 이용해 검은색의 ESC 키를 빼내고 함께 제공한 빨간색의 ESC를 꽂아 넣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화룡점정처럼 리얼포스 86을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가 됩니다.

리얼포스 86과 리얼포스 101의 키감은 대동소이합니다. 같은 방식의 설계이니 당연하겠죠. 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리얼포스 86의 크기가 숫자패드를 빼낸 것만큼 작으며, 대신 NUMLOCK 등의 LED는 없습니다. 하지만, 윈도우키와 CONTEXT키가 제공됩니다.
리얼포스86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판매 정보를 제공하는
레오폴드를 참고하세요. CPU보다도 비싼 이 키보드가 과연 값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누가 공짜로 준다거나 27만원 정도 되는 돈은 껌값이라 생각한다면 물론 달라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왜 당신은 이걸 선호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제가 돈을 버는 방법이 주로 키보드를 두드려서 벌어들이는 것이라서 이 정도 금액에 대한 투자로 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면 글발이 더 잘 받아서 글이 술술 풀리는 것 같거든요. 마치 그림하는 사람이 붓에 투자하고, 강태공이 낚시대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런 마음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그저 느낌일 뿐) 저는 이 키보드를 모든 사람에게 절대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키보드로 돈을 벌 수 있거나, 돈이 너무 많아 이 정도는 껌 값이거나, 누가 선물을 주는 경우에는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