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형 DSLR 동호회들 안에서도 하루라도 껌을 씹듯이 씹히지(?) 않을 날이 없는 불쌍한(?) DSLR 마운트가 있습니다. 바로 올림푸스광학과 파나소닉을 비롯한 마이너 가운데 마이너 DSLR 규격, 포서드(Four-Thirds)가 그것입니다. dolf가 쓰고 있는 DSLR이 이 포서드 마운트 모델이며, 특정 브랜드 기계 마니아들의 이유 없는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모델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밟힌 나머지 이 카메라 사용자들끼리의 단결은 보통이 아닌 수준입니다만, 적어도 이 규격이 DSLR 세상에서는 환영을 받지만은 않고 있습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작고 마이너라는 이유로 사용자가 많으면 장땡(?)인줄 아는 예의를 모르는 자칭 ‘진사’들에게 밟히고 꺾이고 있는 포서드 세력입니다만, 이번에 내놓은 ‘어떤’ 규격은 이런 몰지각 브랜드 마니아들도 적어도 한 번은 ‘허걱’ 하고 놀라게 할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 놀람이 좋은 뜻일 수도, 나쁜 뜻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일반적으로 DSLR에 대해 갖는 편견과 상식을 한 번 깨는 도전을 다시 한 번 한 셈입니다. 그 ‘어떤’ 기술은 다름 아닌 새로운 초소형 DSLR 마운트, ‘마이크로 포서드(Micro Four-Thirds)’입니다.
■ 포서드, 그 절반의 성공 이야기
마이크로 포서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포서드 마운트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서드 마운트는 DSLR 초보 입문자가 빠지지 쉬운 ‘크롭 바디’와는 그 접근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마이크로 포서드가 한낱 미친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원래 포서드 마운트는 종전 DSLR의 135 포맷(일반적인 필름 카메라 포맷)의 한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합니다. 그 문제라 함은 바로 크기, 무게, 그리고 가격입니다.
대부분의 DSLR 카메라의 보급형 모델들은 카메라 가격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이미지 센서(CCD/CMOS) 크기를 줄인 일명 ‘크롭 팩터(Crop Factor)’ 규격을 따르며, 재질을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티타늄 대신 플라스틱으로 바꿔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무게와 크기만큼은 줄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135 포맷을 유지하는 이상 그 규격에 맞는 렌즈와 바디의 크기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역시 부피와 무게가 나가는 이상 소재를 줄이고 이미지 센서를 줄이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포서드 세력이 주장한 바는 아예 135 포맷이나 이를 따르는 변형 포맷(크롭 팩터)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소형 DSLR 규격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135 포맷을 유지하는 한 저렴한 소형 DSLR 카메라 개발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으며, 그 생각을 옮긴 것이 지금의 포서드 규격입니다. 135 포맷의 카메라와 생긴 것은 비슷하되 135 포맷 카메라의 규격을 전혀 따르지 않는 것이 포서드인 셈입니다. 135 포맷과 아예 다르니 이것을 줄여 만든 크롭 팩터 카메라라고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포서드 규격은 필름 카메라 시절의 규격이 아닌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맞는 규격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했습니다. 먼저 가로와 세로 비율이 3:2인 135 포맷의 이미지 센서 비율을 4:3으로 바꿨습니다. 이는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확인하는 습관에 맞춘 것입니다.(모니터가 16:10,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6:9 비율로 바뀌고 있어 이것도 이제는 구형 규격이라는 평가를 받긴 합니다.)
또한 원가 절감과 카메라 크기 축소를 위해 이미지 센서 크기를 가로 18mm, 세로 13.5mm로 줄였습니다. 일명 ‘풀 프레임’ 규격이라고 부르는 표준 135 포맷이 가로 36mm, 세로 24mm이며, 135 포맷의 크롭 팩터인 APS-C 규격이 24mm, 16mm인 만큼 작기는 작습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포서드를 비난합니다만, 정작 포서드 진영에서는 기술 발전에 따라서 화소 집적도 등이 발전하고 있어 다른 카메라에 뒤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지금 팔리고 있는 저렴한 포서드 규격 DSLR 카메라도 1,000만 화소는 넘으니 다른 카메라에 비해 뒤진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줄어들면 렌즈에서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이 원형으로 맺히는 ‘이미지 서클’ 크기도 줄어듭니다. 그 때문에 렌즈 역시 어느 정도 소형화 할 수 있고, 바디 역시 소형화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올림푸스가 내놓은 최신형 보급형 DSLR 카메라(E-420)의 무게는 바디를 기준으로 380g(배터리 제외)에 불과하여 다른 업체의 보급형 소형 카메라(니콘 D40X, 495g)보다 100g 이상 가볍습니다. 기본 번들 렌즈 역시 포서드 규격 모델(ZD 14-42mm F3.5-5.6 ED, 190g)이 타사(Nikkor AF-S DX 18-55mm F3.5-5.6 ED. 205g)보다 가볍습니다. 이런 소형화는 생산 원가를 낮추는 역할도 하는 만큼 경제성 역시 좋아집니다.
문제는 지금의 포서드 규격은 올림푸스광학이나 포서드 진영이 생각한 수준으로 소형화, 경량화가 이뤄진 규격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렌즈와 이미지 센서 사이의 거리인 ‘플랜지백(Flange Back)’이 그렇게 줄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플랜지백이 짧아야 카메라 바디가 얇아지며, 렌즈도 보다 작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올림푸스 E-420같은 모델은 충분히 작다고 할 수는 있지만, 렌즈가 그만큼 작은 것은 아닙니다. 또한 E-420같은 모델도 원래 꿈꿨던 포서드 DSLR 카메라의 이상을 생각하면 완성형이 아닌 중간 기착지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바디 소형화에 대한 욕구가 여전했습니다.
포서드는 소형화, 경량화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그 성과가 모든 DSLR 카메라 사용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는 되지 못했기에 포서드 반대론자들은 포서드 규격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2배 크롭 팩터이네 어쩌네 하는 몰지각한 주장은 그렇다 쳐도, 작은 이미지 센서와 밝은 렌즈의 부재로 인한 기본적으로 깊은 심도(초점이 맞는 전후 거리가 김)에 맞춰져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인물 사진 기법인 아웃 포커싱(심도를 얕게 해 초점이 맞는 전후 범위를 좁혀 주요 피사체를 제외한 부분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기법)에 불리한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팔기 시작해 지금은 충분히 싸게 팔 수 있는 135 포맷 렌즈와 달리 과거의 렌즈 유산이 없는 포서드 진영은 ‘비싸지만 품질 좋은 렌즈’와 ‘싸고 좋은 범용 렌즈’를 손에 넣는 데는 성공했지만 초보 DSLR 사용자가 많이 찾는 ‘싸고 밝은 단렌즈’까지는 눈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전 세계 렌즈 시장이 저가형 단렌즈가 아닌 범용 줌렌즈와 고성능 단렌즈로 자리잡은 이상 저가형 단렌즈 개발에 돈을 들이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이런 딜레마는 DSLR 카메라에 조금은 환상을 갖고 있는 일명 ‘헝그리 초보 진사’들에게는 저주와 같은 소리로 들렸으며, 이들이 포서드 진영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전사’로 돌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국 지금의 포서드 규격은 경량형 DSLR 카메라의 개발이라는 의도는 좋았지만 그 의도를 완벽하게 구현하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종전 포서드 규격에서 버리지 못한 ‘어떤 미련’을 떨쳐버린 새 규격이 마이크로 포서드입니다.
■ ‘어떤 미련’을 완전히 버린 마이크로 포서드
마이크로 포서드는 종전 포서드 규격과 다른 새로운 규격이지만, 호환성을 완전히 포기한 규격은 아닙니다. 더 이상 줄일 필요가 없는 이미지 센서 규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다른 부분의 규격을 획기적으로 조정했을 뿐입니다.
앞에서 종전 포서드 규격이 초소형화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서 줄어들지 않은 플랜지백을 들었습니다. 플랜지백이 줄지 않으면 바디 두께도 줄지 않고, 렌즈 크기도 줄지 않습니다. 포서드 규격 카메라는 작고 귀엽지만 중고급형 렌즈를 달면 확실히 가분수 느낌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디는 어떻게든 작게 만들었는데, 렌즈 크기가 135 포맷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플랜지백을 그리 줄이지 않았을까요? 않은 것이 아니라 못했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DSLR의 정체성인 ‘미러’ 때문입니다. 펜타프리즘 방식이건, 포로미러 방식이건 미러가 있음으로서 뷰파인더를 통해 렌즈에서 들어온 빛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만 미러가 있으므로서 미러가 차지하고 움직이는 공간만큼은 줄일 수 없는 ‘절대 영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포서드 규격의 플랜지백이 그리 줄지 않은 것도 이런 미러를 어찌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DSLR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미러는 일종의 성역처럼 여겨진 사항입니다. DSLR 카메라 제조사들도 미러를 빼고 셔터만 남긴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미러의 배치를 바꾸거나 광로를 다시 설계하는 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크기를 줄이려는 시도는 했을지언정 미러를 뺀다는 ‘발칙한’ 생각은 품지 않았습니다. 그런 불경한(?) 생각을 현실로 옮긴 것이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선택한 마이크로 포서드입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에는 펜타프리즘이건 포로미러건 미러가 들어가는 종전 기계 구동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러가 있어야 DSLR 카메라다’ 혹은 ‘머리가 튀어 나오지 않은 것은 DSLR 카메라가 아니다’라는 전통적인 DSLR 카메라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로 포서드는 DSLR을 모욕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카메라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지 그것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러를 없애버리면 SLR(Single-Lens Reflex, 일안 반사)이라는 말에서 ‘R’이 뜻하는 ‘반사’라는 단어가 문제가 됩니다. (무슨 ‘불패의 R’이니 어쩌니 하는 농담은 재미가 없습니다.) SL은 별도의 렌즈 없이 촬영용 렌즈를 뷰파인더용으로서 쓴다는 뜻인 만큼 마이크로 포서드는 이 규격을 만족합니다. 하지만 R은 미러 또는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를 가리키는 만큼 아예 이런 것이 없는 마이크로 포서드는 제대로 따지면 DSLR 카메라로는 부르기가 어렵습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의 등장은 당장 카메라 업계에서 DSLR의 정의를 바꿔야 할지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현재의 DSLR의 정의는 카메라 작동 구조를 기준으로 만든 만큼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카메라를 DSLR로서 인정하려면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게 됩니다. DSLR로 인정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데, 역시 마땅한 용어가 지금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인데, 비슷한 크기에 렌즈 교환이 되는 라이카 M8같은 모델이 있긴 하나, 이 카메라는 ‘렌즈 교환식 RF 디지털 카메라’라는 공식 명칭이 있으며, 마이크로 포서드가 추구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렌즈 교환식 똑딱이’는 너무 비하하는 말이며 기껏해야 ‘렌즈 교환식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 정도가 이 카메라의 성격과 비슷할 것입니다.
■ 미련을 버리니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더라?
그렇다면 마이크로 포서드는 무엇을 얻고자 만들었으며, 미러를 없애버린 과감함이 뭔가 손해로서 이어지지 않을까요? 당연히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이 규격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이 방식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종전 DSLR 차원을 넘는 경량화와 소형화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플랜지백이 절반으로 줄면 렌즈 역시 절반 크기로 줄일 수 있습니다. 종전 포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인 렌즈 크기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이 되는 셈입니다. 웬만한 렌즈가 팬케잌 렌즈처럼 보이는 마술 같은 일이 현실이 됩니다. 이미지 센서의 규격은 같으니 ‘렌즈 교체의 편의성은 DSLR, 성능은 하이엔드 또는 그 이상, 크기는 똑딱이’ 수준이 되는 최강의 조합이 태어나는 셈입니다.
니콘, 캐논, 소니는 아무리 덩치가 커지더라도 풀 프레임 규격 135 이미지 센서 모델을 늘리고 있습니다만, 이런 카메라를 아무나 들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생활 카메라’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인데, 꺼내기 쉽고 가지고 다니기 쉬운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카메라는 일반 똑딱이 디카에 그리 뒤지지 않는 휴대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하이엔드급 또는 그 이상의 화질과 성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덤으로 미러가 없으니 카메라의 핸드 블러(손 떨림)를 일으키는 미러 쇼크(미러가 올라가면서 생기는 충격)가 없어지는 장점도 생깁니다.
렌즈는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습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 자체는 렌즈를 새로 만들기도 하지만 일반 포서드 렌즈를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에서 쓰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마운트가 같지는 않으니 바로는 달 수 없지만, 전용 어댑터를 쓰면 AF 등 포서드 렌즈를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마이크로 포서드 렌즈를 일반 포서드 카메라에서 쓸 수 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명확하지 않은 만큼 일반 포서드 카메라 사용자들이 더 이득을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잃는 것은 DSLR의 AF 시스템입니다. TTL(Through The Lens, 렌즈로 들어온 빛을 이용하여 측광, 초점 조정을 하는 방식) 방식 AF 시스템은 크게 위상차 검출과 대비 검출의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위상차 검출은 빛을 한 쌍 또는 그 이상의 별도의 AF 검출 센서에 나눠 넣어 그 차이를 분석해 초점을 맞춥니다. 위상차 검출 방식은 계산이 훨씬 간단해 빠르며, 가속도 계산까지 하면 동체 추적까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상차 검출 방식 AF 시스템은 AF 센서로 빛을 보내는 미러 시스템이 필수적이나, 미러가 없는 마이크로 포서드에서는 이것을 쓸 수 없으며 대비 검출 AF만 써야 합니다. 초점을 맞추는 동안 CCD나 CMOS로 들어오는 빛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대비 값을 분석해 초점을 잡는 대비 검출 AF는 신뢰성은 좋지만 위상차 검출 AF보다는 속도가 느립니다. 대비 검출 AF도 꾸준히 빨라지고는 있지만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른 일부 카메라 제조사의 위상차 검출 AF 시스템에 비해서는 너무나 갈 길이 멉니다. 올림푸스의 2세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E-3, E-4x0/5x0 시리즈가 쓰는 위상차 AF 시스템도 빠르긴 하나 여전히 니콘 등 다른 브랜드에 비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대비 AF 전용이 되는 마이크로 포서드는 이 보다는 더 AF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덤으로 미러가 없는 덕분(?)에 미러 쇼크도 없지만 호쾌한 DSLR의 셔터 소리도 상대적으로 약해집니다. 사진에는 불필요한 미러 쇼크까지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에겐 마이크로 포서드는 감성의 부분까지 만족시키기가 어렵습니다.
■ 마이크로 포서드와 다른 DSLR을 비교하려 하지 말라?
마이크로 포서드는 ‘렌즈 교환식 하이엔드’라는 단어가 딱 맞을 정도로 DSLR 카메라로서는 이단아 같은 존재입니다. 적어도 종전 DSLR 마니아들이 두 손을 들고 환영하기엔 그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디까지나 규격만 발표했을 뿐 카메라가 나온 것은 아닌 만큼 아직은 DSLR 카메라 사용자들이 유보적인 반응을 갖고 있지만, 실제 카메라가 나오며, 마케팅에 DSLR 카메라라는 글자를 쓰게 되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이 종전 DSLR 카메라와 경쟁하는 규격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은 AF 속도를 비롯한 성능의 한계와 구조적인 ‘반역’의 결과 크기는 작아졌으나 성능은 오히려 종전 포서드 규격 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물론 사진이 더 나쁘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계적인 성능은 종전 DSLR 카메라보다 좋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미 DSLR 카메라를 잘 쓰고 있거나, DSLR 카메라 특유의 ‘손맛’과 ‘폼’, 그리고 최대의 기계적인 성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들이 마이크로 포서드로 돌아설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오히려 마이크로 포서드는 지금까지 없었던 시장을 만들고, DSLR과 컴팩트/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 사이에서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종전 DSLR 카메라의 크기와 가격 모두에 부담을 느끼는 초보 카메라 사용자 및 여성 카메라 사용자에게는 부담 없는 작은 크기와 무게, 그리고 적절한 비용을 제시할 것입니다.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의 고정 렌즈 방식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으나 DSLR 카메라는 부담을 느끼는 사람 역시 마이크로 포서드는 적절한 대안이 됩니다.
그 밖에도 이미 다른 DSLR을 쓰는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화질을 내는 세컨드 카메라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휴대성이 좋기 때문인데, 취미 사진 작가 이외에도 프로 사진가나 신문/잡지 기자, 종군기자 등 적절한 화질과 기동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포서드 규격을 비난하던 사람이나 포서드 규격 카메라 사용자들 사이에서 우스개 소리로 나오던 이야기가 ‘포서드 규격에서 센서만 꺼내 하이엔드 카메라나 컴팩트 카메라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듣기에는 너무나 자조적인 이야기었습니다만, 올림푸스-파나소닉 콤비는 그 자조적인 이야기를 오히려 창조적인 역 발상으로서 발전적인 현실 모델을 만들어 냈습니다.
종전의 DSLR 카메라 시장과 거의 충돌하지 않는 새로운 카메라 시장을 개척할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 이 규격 카메라가 나왔을 때 대부분의 DSLR 카메라 사용자들이 보일 반응은 분명히 따뜻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거(巨)카메라, 거렌즈 주의’에 빠져 큰 카메라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던 다른 카메라 제조사들은 완전히 발상을 바꾼 두 회사의 생각에 ‘한 방 먹었다’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실제 제품이 나와야 진정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기동성을 중시하는 dolf같은 사람이라면 종전 DSLR 카메라의 관념에 대해 반역을 시도한 이 규격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